새 집 계약은 이미 끝났고 이삿날도 잡혀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 집주인이 보증금을 아직 돌려주지 않습니다.
“새 세입자가 들어오면 바로 줄게요.”
이 말을 믿고 기다리기에는 새집 잔금 날짜가 다가오고, 그렇다고 이사를 미루기도 어렵습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 이거일 거예요.
“짐부터 빼고 새집으로 전입신고하면 안 될까?”
가능하면 그 순서로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기존 집에서 이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고 있었다면, 임차권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집을 완전히 비우거나 대항요건을 잃으면 기존 권리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가 끝났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임차권등기를 마친 뒤에는 기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한 채 이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상황에서는 이사 준비보다 먼저 “내 계약이 정말 끝났는지, 그리고 임차권등기를 언제 신청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계약 만기일이 지났다고 모두 같은 상황은 아닙니다
계약서에 적힌 종료일이 지나 정상적으로 계약이 끝난 경우라면 비교적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계약기간이 끝난 뒤 별다른 말 없이 계속 살면서 묵시적으로 갱신된 상태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져요.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는 세입자가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지만, 집주인이 그 통보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계약이 종료됩니다.
예를 들어 8월 20일 집주인에게 “이사하겠다”고 통보했고 그날 상대방에게 도달했다면, 단순히 8월 말이나 9월 초에 집을 비운다고 계약이 바로 끝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기본적으로 임대차가 끝난 뒤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청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신청 전에 계약 종료일을 제대로 잡는 게 먼저입니다.
문자로 해지 의사를 보냈다면 날짜만 보지 말고 상대방에게 실제로 도달했는지도 같이 확인해두세요.
“다음 세입자 들어오면 줄게”라고 해도 이사 날짜는 따로 생각하세요
집주인 입장에서는 실제로 새 세입자의 보증금을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주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세입자가 자기 권리까지 그 일정에 맡길 필요는 없습니다.
새 세입자가 이번 주에 계약할지 한 달 뒤에 계약할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이미 새 집을 계약했고 이사 날짜를 바꾸기 어렵다면,
집주인이 언제 돈을 마련할지 기다리는 문제와 내가 내 보증금을 보호하는 문제를 따로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집주인을 벌주기 위한 절차라기보다, 보증금을 받기 전에 이사해야 하는 세입자가 기존 권리를 보존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신청했다고 바로 짐을 빼는 건 아직 이릅니다
여기서 실제로 가장 많이 헷갈릴 수 있습니다.
법원에 신청서를 접수하고 사건번호까지 받으면 왠지 해야 할 일을 다 끝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요.
신청서 접수와 임차권등기 완료는 같은 일이 아닙니다.
기존에 확보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마쳐진 뒤 대항요건을 상실하는 순서를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이후에는 기존 대항요건을 잃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사를 앞두고 있다면 순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안전합니다.
계약 종료 확인 → 보증금 미반환 확인 →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 등기부에 임차권등기 기재 확인 → 그다음 이사·전입신고
특히 새 집 전입신고 날짜가 촉박하다면 신청을 이삿날 바로 전에 시작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법원 접수만 했다는 이유로 먼저 주소를 옮기는 것은 피하세요.
집주인이 연락을 피하면 신청도 못 하는 걸까요?
이 상황도 꽤 답답할 수 있습니다.
전화는 받지 않고, 문자에도 답이 없고, 법원 서류도 일부러 안 받는 것처럼 보이면
“집주인이 서류를 받아야 임차권등기가 되는 건가?”
싶어질 수 있는데요.
현재 절차는 예전보다 달라졌습니다.
2023년 7월부터 주택 임차권등기명령의 경우 임대인에게 결정이 송달되기 전에도 법원이 임차권등기 기입을 촉탁할 수 있도록 절차가 바뀌었습니다. 집주인이 연락을 피한다는 이유만으로 신청 자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사건마다 처리과정과 기간은 다를 수 있으니 실제 진행상태는 법원 사건기록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집주인의 협조를 받아야만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증금을 조금 받았다면 신청 못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이 5천만원인데 집주인이 4천만원만 돌려주고
“나머지 천만원은 다음 달에 주겠다.”
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그냥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식 생활법령 안내에서는 보증금 전액뿐 아니라 일부라도 반환받지 못했다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확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다만 집주인이 수리비나 원상복구비를 공제하겠다고 주장해 실제 미반환 금액 자체를 서로 다투고 있다면, 단순한 미지급 문제보다 분쟁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보증금 중 얼마를 어떤 이유로 반환하지 않는지”
근거를 남겨달라고 요청해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나중에는 얼마를 못 받았는지뿐 아니라 왜 못 받았는지가 중요해질 수 있으니까요.
서류는 어려운 이름보다 ‘내 계약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처음 법원 신청이라고 하면 서류부터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큰 틀에서는 법원이 확인해야 할 내용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요.
이 집을 정말 빌렸는지, 계약은 언제 끝났는지, 보증금은 얼마인지, 기존에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췄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으로 임대차계약서와 해당 주택의 등기사항증명서가 필요하고, 기존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주장한다면 점유 시작일과 주민등록, 확정일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건축물의 등기상 용도가 주거시설이 아닌데 실제로는 주거용으로 사용했다면 주거용 사용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추가로 필요할 수도 있고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서류 하나만 필요한 절차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제출 직전에는 법원 안내에서 본인의 상황에 필요한 첨부서류를 한번 더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비용 때문에 신청을 망설일 정도는 아닐 수 있습니다
현재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의 2026년 8월 15일 기준 예시를 보면,
임대인 1명, 임차인 1명, 주택 1개인 경우 인지·등기수입증지·송달료·등록면허세 등을 합한 신청비용을 총 43,400원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당사자 수나 실제 사건 상황에 따라 금액은 달라질 수 있으니 이 숫자를 모든 사건의 고정비용으로 생각하지는 마세요.
그리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과 등기에 들어간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천만원의 보증금이 묶여 있는 상황이라면, 신청비용만 보고 절차 자체를 포기할 문제는 아닌 셈입니다.
이미 이사를 해버렸다면 이제 늦은 걸까요?
이번에 이 글을 다시 쓰면서 꼭 넣고 싶었던 부분입니다.
검색하다 보면
“등기 전에 이사하면 끝이다.”
처럼 너무 단정적으로 설명한 글도 보이는데요.
이미 이사를 했다고 해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자체가 무조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2025년 4월, 임대차가 끝난 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이 이미 주택의 점유를 잃었더라도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정말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임차권등기 전에 기존 집의 점유를 잃어 이미 대항력이 소멸했다면, 나중에 임차권등기를 했다고 예전에 갖고 있던 대항력이 과거 시점으로 되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2025년 대법원 판결은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시점부터 새로운 대항력이 생길 뿐, 이미 상실했던 대항력이 소급해서 회복되지는 않는다고 명확히 판단했습니다.
이 차이는 정말 큽니다.
이미 짐을 빼고 전입신고까지 옮겼다면
“끝났구나.”
하고 포기하지는 마세요.
대신 등기부의 선순위 권리관계까지 함께 봐야 하므로 일반적인 ‘등기 후 이사’ 상황보다 더 빨리 법률상담을 받아보는 편이 좋습니다.
임차권등기까지 했는데도 보증금을 안 준다면 다음 문제가 시작됩니다
임차권등기를 했다고 집주인 계좌에서 돈이 자동으로 빠져나오는 건 아닙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역할은 이사를 하면서도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등기가 끝난 뒤에도 집주인이 계속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보증금반환청구, 지급명령이나 소송 등 실제 돈을 받아내는 절차를 따로 검토해야 할 수 있습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했다면 보증기관의 이행청구 절차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보증기관별 조건과 제출서류가 있기 때문에 임차권등기만 끝났다고 자동으로 보증금이 지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임차권등기는 ‘돈을 받는 절차의 끝’이라기보다 ‘이사를 해도 권리를 놓치지 않도록 만드는 중간 안전장치’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집주인이 “돈 줄 테니 임차권등기부터 지워달라”고 한다면?
이것도 실제로 생길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임차권등기가 남아 있으면 새 세입자를 구하거나 집을 매도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집주인이 먼저 말소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증금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말소해주면 바로 송금할게요.”
라는 말만 믿고 서둘러 말소할 필요는 없습니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는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가 임차인의 임차권등기 말소의무보다 먼저 이행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돈이 실제로 반환되기 전에 임차권등기를 없애는 문제는 신중하게 판단하세요.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았다면 그다음 말소절차를 정리하면 됩니다.
지금 이삿날이 다가오고 있다면 여기부터 움직여보세요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새집 이삿날까지 가까워지면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짐부터 싸서 나가기보다 순서를 한번 잡아보세요.
먼저 계약이 실제로 종료됐는지 확인합니다.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던 문자나 카카오톡, 통화 이후 남긴 메시지 등도 모아두세요.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았고 이사를 피하기 어렵다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검토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입니다.
접수했다는 화면이 아니라, 등기부에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올라간 것을 확인한 다음 움직이는 것.
여기까지만 순서를 바꿔도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급하게 이사하면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집주인의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말과 내 권리를 지키는 절차는 별개의 문제니까요.
공식 확인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의 신청요건, 일부 보증금 미반환, 필요서류, 임차권등기의 효력과 비용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안내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