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침대 옆 벽이나 옷장 뒤를 봤는데 검은 얼룩이 번져 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곰팡이 같아요.
처음 발견하면 이런 생각부터 들 수 있어요.
“이 정도는 그냥 닦으면 되나?”
“집주인한테 굳이 말해야 하나?”
“말했다가 내가 환기를 안 해서 생긴 거라고 하면 어떡하지?”
특히 월세나 전세로 살고 있다면 곰팡이 자체보다 나중에 벽지값이나 수리비 문제로 이어지는 게 더 걱정될 수 있어요.
그래서 발견하자마자 걸레부터 가져오기 전에 한 가지부터 해두는 게 좋습니다.
사진을 먼저 찍어두고, 수리가 필요할 정도의 곰팡이라면 집주인에게 알려주세요.
민법에는 임차물이 수리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생기면 임차인이 그 사실을 임대인에게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는 규정도 있어요. 집주인이 이미 알고 있다면 예외입니다.
모든 작은 곰팡이 점 하나를 발견할 때마다 연락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하지만 반복해서 생기거나 벽지가 젖어 있고, 범위가 커지고 있거나 보수까지 필요해 보인다면 말하지 않고 혼자 처리하기보다 먼저 기록하고 알려두는 편이 안전해요.
닦기 전에 사진부터 몇 장 남겨두세요
곰팡이를 보면 지저분해서 바로 없애고 싶을 수 있어요.
그런데 임대주택이라면 먼저 사진을 찍어두세요.
가까이서 곰팡이만 찍는 사진 하나보다 방 전체에서 어느 위치인지 보이는 사진과 가까이 찍은 사진을 같이 남기는 게 좋아요.
예를 들어 창문 옆인지, 외벽 모서리인지, 천장인지, 붙박이장 안쪽인지 위치가 보이게 찍어두는 거예요.
벽지가 젖어 있거나 들떠 있다면 그 모습도 같이 남겨두세요.
가능하다면 발견한 날짜도 확인할 수 있게 보관하면 됩니다.
나중에 곰팡이가 사라지거나 벽지를 교체하고 나면 처음 상태를 다시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원래 조금 있었어요.”
“살면서 크게 만든 거잖아요.”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현재 모습을 객관적으로 남겨두는 거죠.
조그맣게 생긴 곰팡이도 무조건 집주인에게 말해야 할까요?
욕실 실리콘 모서리에 아주 조금 생긴 곰팡이나 창틀에 생긴 작은 얼룩처럼 일상적으로 청소할 수 있는 정도라면 모든 경우에 바로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구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대법원도 임대차 목적물의 문제가 임차인이 별다른 비용 없이 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정도이고 사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임대인의 수선의무까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반대로 그대로 두면 정상적으로 집을 사용하는 데 지장이 생길 정도라면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준을 어렵게 잡을 필요는 없어요.
한 번 닦고 끝날 정도의 작은 표면 얼룩인지,
아니면 닦아도 다시 생기거나 범위가 점점 커지고 있는지를 봐주세요.
두 번째라면 집주인에게 알려두는 편이 좋아요.
벽지가 젖어 있거나 같은 자리에 계속 생긴다면 꼭 알려주세요
곰팡이 자체만 보고 원인을 바로 알아내기는 어렵습니다.
환기나 습도 때문에 생길 수도 있고, 단열이나 창호 상태가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벽이나 천장 안쪽에서 물이 들어오는 문제일 수도 있어요.
세입자가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진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이런 모습이 있다면 그냥 닦고 끝내지 않는 편이 좋아요.
벽을 만졌는데 계속 축축하거나, 비 온 뒤 더 심해지거나, 천장이나 벽에 물자국이 함께 생기거나, 벽지가 들뜨고 부풀어 오르거나, 같은 자리를 청소해도 계속 다시 생기는 경우예요.
이런 상황은 벽지 표면 청소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집주인에게 사진과 함께
“안방 창문 옆 벽에 곰팡이가 생겼어요. 닦아도 다시 생기고 벽지가 조금 젖어 있는 것 같아서 확인 부탁드려요.”
정도로 보내면 충분해요.
처음부터
“누수니까 전부 집주인 책임이에요.”
라고 원인을 확정해서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나타나는 증상을 그대로 전달하면 돼요.
집주인에게 알리기 전에 다 뜯어버리지는 마세요
곰팡이가 심하면 벽지를 벗겨내거나 페인트를 다시 칠하고 싶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임대주택이라면 큰 작업부터 먼저 하는 건 권하지 않아요.
집주인이 직접 상태를 확인하기 전에 벽지를 전부 뜯어내면 나중에 원래 어느 정도였는지, 왜 수리가 필요했는지를 두고 또 이야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선 사진을 남기고 집주인에게 알려보세요.
그리고
“직접 업체를 부를까요?”
“집주인 쪽에서 확인하실 건가요?”
처럼 수리방법을 정한 뒤 진행하는 편이 깔끔합니다.
특히 비용이 들어가는 도배나 단열공사, 누수공사라면 더 그래요.
민법상 임대인은 임대차가 이어지는 동안 집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가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세입자가 먼저 원하는 공사를 한 뒤 비용을 무조건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원인과 공사의 필요성, 계약 내용 등을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으니 큰 비용이 드는 작업은 먼저 협의해두는 편이 좋아요.
“환기를 안 해서 생긴 거니까 세입자 책임”이라고 하면요?
이 이야기가 가장 걱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곰팡이 원인은 생활습관과 건물 상태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 곰팡이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집주인이나 세입자 어느 한쪽 책임이라고 바로 정하기는 어려워요.
환기를 거의 하지 않고 실내에서 빨래를 계속 말렸거나 가구를 벽에 완전히 붙여 습기가 빠지기 어려웠던 상황이라면 세입자의 관리상태도 판단 요소가 될 수 있어요.
반대로 평소 환기와 습도관리를 했는데도 벽이 계속 젖고 같은 위치에서 반복되거나 건물 하자 때문에 정상적인 사용이 어려운 정도라면 임대인의 수선의무 문제가 생길 수 있고요. 민법 제623조와 관련 대법원 판례도 집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수선인지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어요.
그래서 집주인이 처음부터
“세입자가 환기 안 해서 그런 거예요.”
라고 말한다고 해서 바로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할 필요는 없어요.
반대로 세입자도
“곰팡이는 무조건 집 문제예요.”
라고 단정하는 건 피하는 게 좋고요.
무엇보다 발생 위치와 상태, 반복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원인 점검을 받는 게 먼저예요.
집주인이 “그냥 닦고 사세요”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정말 작은 곰팡이라면 청소하고 환기하면서 경과를 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곰팡이 범위가 커지고 있거나 벽지가 젖어 있고, 닦은 뒤에도 같은 자리에 반복된다면 그 사실을 다시 알려주세요.
첫 연락도 지우지 말고 보관하는 게 좋아요.
“지난번에 말씀드린 벽 곰팡이가 청소 후에도 다시 생겼고 범위가 넓어졌어요.”
라면서 다시 사진을 보내면 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집주인과 싸우는 게 아니에요.
세입자가 문제를 발견했고 그 사실을 언제 알렸는지를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입니다.
민법도 임차물이 수리를 필요로 할 때 임차인이 이를 임대인에게 지체 없이 알리도록 하고 있어요.
집주인이 확인할 기회를 줬다는 점도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사할 때 벽지값을 보증금에서 뺀다고 하면요?
몇 달 뒤 이사할 때 집주인이
“곰팡이가 심하니까 도배비를 보증금에서 빼겠습니다.”
라고 할 수도 있어요.
이때도 곰팡이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누구 책임이라고 정해지는 건 아닙니다.
어떤 원인으로 생겼는지, 입주 전에는 어떤 상태였는지, 세입자가 발견 후 어떻게 관리했고 집주인에게 언제 알렸는지 등을 함께 봐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처음 발견했을 때 찍어둔 사진과 집주인에게 보낸 문자들이 도움이 됩니다.
입주할 때 찍어둔 집 사진이 있다면 그것도 같이 보관하세요.
곰팡이가 원래 있었는지, 살면서 처음 생긴 건지 설명하기 훨씬 쉬워져요.
도배비를 요구받더라도 바로 동의하기보다는 어떤 부분을 왜 교체해야 하는지, 비용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아요.
상태와 책임을 두고 의견이 크게 다르다면 그때는 주택임대차 관련 상담을 받아보는 편이 낫습니다.
결국 곰팡이를 발견한 날 가장 먼저 할 일은 간단해요
원룸 벽에 곰팡이가 생겼다고 처음부터 누수와 결로를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사진을 남겨주세요.
그리고 작게 생겼다가 청소로 끝나는 정도가 아니라 반복되거나 넓어지고, 벽까지 젖어 있어 수리가 필요해 보인다면 집주인에게 바로 알려두는 게 좋아요.
그다음 원인을 확인하면 됩니다.
건물이나 설비 문제라면 수리가 필요한지 보게 되고, 생활습관의 영향이 크다면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지를 보면 돼요.
중요한 건 곰팡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숨기고 혼자 버티다가 이사하는 날 처음 이야기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겁니다.
세입자 입장에서 가장 안전한 첫 행동은 ‘닦기 전에 기록하고, 수리가 필요해 보이면 알리는 것’이에요.